로지의 꿈은 얼마 전에 이루어졌다고 말할 수 있을 터였다. 완전한 비행선의 완성, 로지가 이전 중앙에서 이루지 못했던 꿈이었다. 콜세이트에서 마주친 모든 인연을 느끼며 로지는 감사하고 있었다.
"그 비행선으로 미답사 유적에 가는 거겠지? 에스카와 같네."
"그, 그렇게 되나요?"
"더 멀고 높은 곳으로 갈 수 있는 비행선을 만든 건 에스카나 다른 사람들의 도움이 없었으면 불가능하니까. 이제 진짜 그곳으로 가는 게 목표가 된 거지. 에스카가 나를 도와줬듯이 나도 에스카를 도와야지."
반복되는 자책은 눈치채지 못하는 사이에 스스로를 좀먹었다. 이젠 벗어났다고 할 수 있을까, 로지는 피어오르는 연기와 귀를 찢어발기는 폭발을 기억하고 있었다. 자신이 연성술로 만든 물건이 무언가를 파괴하는 것은 결코 바라지 않던 일이었으므로.
콜세이트의 로직스 픽서리오에게는 이제 그런 일이 없다. 어쩌면 있을지도 모르지만, 만약 그런 경우가 생긴다면…….
"로지 씨?"
반짝반짝 빛나는 듯한 초록색 눈동자로 로지를 보는 에스카가 어리둥절해하고 있었다.
"혹시 차가 너무 쓴가요? 건강에 좋은 걸 많이 넣어버려서 그만……."
"아냐, 마실 수 있어. 그냥……."
그냥, 잠시 생각에 잠겼던 로지가 대답했다.
"에스카가 있으면 앞으로도 괜찮을 거 같아서."
"네? 뭐가요?"
"그냥, 뭐든지 잘 될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이 들어."
안심이 된다는 뜻이 얼마나 전달되었을까, 로지는 웃으면서 에스카를 마주 보았다.
콜세이트는 중앙에 비하면 척박한 곳이었다. 솔직히 처음 왔을 때는 조금 놀랄 정도였다. 중앙에서 오래 지낸 로지에게는 이 마을이 곧 부서지지 않을까 조심스러운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하지만 그건 로지의 불안했던 마음이 불러낸 착각에 가까웠고, 실제로 콜세이트는 그런 마을이 아니었다. 에스카처럼 노력하고 기운 넘치는 사람들이 만들어가는 콜세이트가 로지는 점점 마음에 들었다. 지금은 콜세이트가 고향처럼 편안한 마음이었다.
얼마 전에는 이 콜세이트에서 만난 동료 중 하나인 어윈의 꿈을 지켜 보았다.
세계의 끝, 황량하고 메마른 대지, 마치 해가 져서 영원히 뜨지 않을 듯이 어둡고 적적한 그 땅에서 로지는 어윈의 등을 보았다.
어윈의 꿈은 그날 원하지 않았던 방식으로 이루어졌고 이룬 꿈은 이제 제 역할을 다했다는 듯이 천천히 사라져 간다. 염원하던 비행선을 만들어서 세계의 끝에 도달한 어빈은 한숨을 쉬면서도 웃음을 띠고 있었다.
로지는 사고가 일어났던 날을 되새겼다. 이제는 그럴 수 있었다. 삶이 부서져버린 듯이 절망적인 날이었다. 그리고 지금은, 옛 일을 떠올리는 자신은 쓸쓸한 표정을 짓기는 해도 웃을 수 있었다.
콜세이트에서의 나날과 지금의 꿈이 있기 때문이리라.
그렇게 생각하는 와중 에스카가 아무 말이 없었다는 걸 깨닫고 로지는 물었다.
"배불러, 에스카? 체했다거나……."
"아, 아뇨! 그, 저기, 방금 로지 씨가 한 말이, 그러니까."
"아."
무슨 말을 했는지 이제 깨달은 로지가 말을 덧붙였다.
"에스카와 함께 개발반에서 쭉 잘 해왔으니까, 콜세이트를 살기 좋게 만드는 일도 그렇고 미답사 유적에 가는 것도 잘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거든."